선명히 흐림

일기

2014. 3. 10. 11:07




요새는 너무 금방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곧장 이해한다는 말을 내뱉지 않으려, 섣불리 나의 경험과 연결하지도 않으려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상대방의 말들을 가감없이 담아놓고 상대방의 경험과, 그것에서 비롯한 감정과, 그것을 말하려는 마음을 상상해보는 것... 


하지만 왠일인지 세상만사와 인간의 생각, 감정 모두 어떤 큰 틀에서 분류가 너무 쉽게 이루어진다. 더불어 무엇도 크게 대수롭지가 않다. 예전에는 분명 이 의자는 유독 팔걸이만 낡았구나, 등받이 목재의 결이 예쁘구나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봐도 아 이건 의자, 저건 탁자, 그게 뭐? 이런 식이랄까.


아무래도 내가 약간 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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