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오리무중

일기

2015. 12. 28. 03:01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마치...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엄청나게 험준한 산을 등반하는 것 같았다. 지도상으로 오늘 베이스캠프를 칠 곳은 정해놓았는데, 거기까지는 가야지 무탈히 계획대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건데 바람 때문에 한발 한발 내딛기가 어려운 기분? 눈은 계속 내리고 쌓이고 시야는 흐리고. 그러니까 2.4절까지 쓰려고 결심하고 도서관에 앉은 오늘 내 기분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쓰는데 이렇게만 나아가면 2.1.1, 2.1.2, ... 를 거쳐 2.4까지 잘 도착할 수 있는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직선거리로 한 발자국도 낭비하지 않고 가고 싶은 욕심 때문에 진행은 좋게 말하면 차근차근, 있는 그대로 말하면 느릿느릿. 열한 시간쯤 매달리다 들어왔다.


 이번에 꼭 졸업해야겠단 일념 하나로 버티고 있는데, 몇 달째 똑같은 글을 붙들고 한땀 한땀 뜨는 게 쉽지...겨워죽겠다. 올해는 어째 눈도 크리스마스 장식도 붕어빵 아저씨도 본 기억이 없다. 늦깎이 학생은 겨울 구경하는 법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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