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해

일기

2016. 1. 1. 05:46

 열두시 이전에 자는 날은, 꼭 새벽 세시쯤 잠이 깬다. 그리고는 해가 뜰 때까지 다시 잘 수가 없다. 커피 한 잔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수면제 한 알도 아무렇지가 않다. 그러면 그 날은 좀비처럼 보내든지 아침에 잠들고 오후 늦게 일어나서 괴로워하든지다. 오늘은 두시부터 뒤척였는데, 반쯤 잠이 든 상태에서 꿈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다고 생각한 기억이 난다. 기름지고 두꺼운 하얀 생선 초밥... 빌딩... 손바닥... 얕게 자다가 깰 때마다 시계를 봤는데, 20분, 15분씩밖에 지나지를 않았다. 세시간 뒤 할머니 댁에 가야해서, 그냥 부엌에 나와 불을 켜고 앉았다. 세뱃돈 받을 생각하니까 피곤 그쯤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ㅎㅎ.


 예전에 발달 교과서에서 보고 귀여워서 사진으로 찍어놨던 인터뷰 내용이 있다. 피아제가 세살배기한테 질문하는 내용. "Where does the dream come from? - I think you sleep so well that you dream. - Does it come from us or from outside? - From outside. - When you are in bed and you dream, where is the dream? - In my bed, under the blanket. I don't really know. If it was in my stomach the bones would be in the way and I shouldn't see it. - Is the dream there when you sleep? - Yes. it is in the bed beside me." 교과서는 animistic thinking이 애기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해서, 다른 모든 것들도 자기와 같은 감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나는 애들이 현실에 대한 관찰력이 부족해서, 나와 세상을 분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른들이 애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안돼, 그러면 책상이 아야!해요', '저기 햇님이 우리 따라온다 빠빠이하자 빠빠이', '응? 음... 비는 땅이 목마르다고 해서 하느님이 물주시는 거야' 등등등...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옷을 골라두고 미리 씻어야겠다. 과식을 방지하기 위해 허리에 붙는 옷으로. 낮에 사람들이 화투칠 때 몰래 구석에서 좀 자야지. 




2015년의 마지막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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