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CIDENTS

일기

2012. 5. 30. 20:21



4월 말, 9번 출구, 정장을 입은 그 사람. 역전 할리스, 커피한잔만큼의 시간, 중간고사 직전/혹은 면접직후. 도서관 올라가는 길. 내 어깨에 올린 손 때문에 두근두근두근하던 그 느낌이 선명히 기억난다. 발랄해보이기만 하던 밤거리도.


책과 커피, 초콜렛에 취해 쌩뚱맞게 이별을 상상해보며 스스로를 못살게 굴다가, 두근거리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비통함을 키우다가, 또다시 "어떤 큰 틀안에서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2년 전에는 압구정 커피빈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테레사에게의 질투(혹은 le prix Nobel), 공동의 수면욕구 등에 빠져 끼적끼적 메모를 하며 자기연민에 심취했던 것 역시 선명히 기억이 나기 때문에.


일기를 쓴다는 것은, 오로지 내 감각성에만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답답한 한편 진정이 되기도 하나보다. 그 사람,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자의식에 대한 고민까지 왔다. 더 답답하지만 덜 불안하고 덜 쿵덕쿵덕하다... 


방어기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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