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특별 초청 강연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후기

2012. 6. 23. 04:00




1. What money can't buy: 의료보장, 교육기회, 시민의식, 도덕성... 시장논리로만 재단하기 힘든 것들. 이런 것들이 거래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면서 본질, 목표, 숭고함 등이 변질되는 예시와 그 과정이 토론을 통해 잘 드러났다. 

목적의 부패, 공정함. 핵폐기물 처리시설. Switzerland와 주민투표. 물질적 보상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찬반투표율. 남북전쟁(혹은 현대사회에서의) 징병제. 그리고 돈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권리? 


1.1 명덕외고 3학년 학생과 푸른셔츠의 예비역 사이의 토론.
명덕3: 개인이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개인특성에 따라_돈/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 등등으로.
예비역: 국방의 의무라는 것은 비시장적 가치. 시민의식을 돈을 포함한 일체의 경제적 재화로 환산하는 자체가 옳지 않다. 
명덕3: 관용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 차이에 따른 대우, 그리고 공공선의 극대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예비역: 국방의 의무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시점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속 '의무'에 대한 가치의 훼손이 생긴다. 상대적 박탈감도 같이 파생.

세상은 넓고 똑똑한데다 말까지 잘하는 사람이 참 많다.


2. 마이클 샌델이 엄청난 성찰을 한다기 보다는 뻔한ㅡ 당연한 내용이지만 ("세상에는 돈으로 거래되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그걸 쉽게, 재미있게 설명하고 전달하는게 마이클 샌델의 대중적 인기의 큰 부분인 것 같다. 그렇다고 이사람의 강의력이나 언변, 사회현상을 읽고 종합하는 능력, 토론을 이끌고 사람들을 몰입하게 하는 능력 등등을 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3. 근데 정말 싫었던 건, "uum... yeah, it's kiiinda like, you know" 등의 격식없음. 말할 <내용>보다는 억양, 발음, 단어 선택등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암만봐도 한국어보다 부족한게 분명한 영어때문에 버벅대고 유아적인 수준에서 대답하는 것. 마이클 샌델이 한국어로도 질문하라고, 더 편한 언어로 이야기하는게 토론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까지 했는데 굳이굳이 (어느정도의 사고력이 필요한 내용을 즉흥적으로 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영어로 질문하는 이유는 뭘까? 기껏해야 평균이상인 영어실력을 자랑하려고? 도대체 왜 이 상황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를 파악 못하는 걸까.

사대주의. 과시욕, 혹은 영어 컴플렉스. 정말 서글프기도 짜증나기도 부끄럽기도해서 얼굴이 화끈화끈. 세상은 넓고 멍청한(데 잘난척까지 하는) 사람들도 많다.



4. 연대 경영대, 혹은 연대가 부러웠다.

"누나는 신기하게 애교심이 진짜 크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데."
"홍대에 오면, 학교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야. 걍 감정적으로 생각해봐. 니가 만약 경희대쯤 갔으면 너는 니 학교에 대해 아무생각이 없을 수 있겠어?"

마음이 불편했다. 곰곰히 따져보니 이 애교심마저 서울 하위권 대학ㅡ 나는 원래 이런데 다닐 사람이 아니라는 오만? 과대평가? 망상?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어쨌든 우선 소위 <명문대>라는 곳의 교육의 질, 시설과 지원, 기회와 자부심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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