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의 죽음外 - 토마스 만

후기

2010. 12. 1. 11:17


토니오크뢰거트리스탄(세계문학전집8)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토마스 만 (민음사,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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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크뢰거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토마스 만 (문예출판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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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하고 말없는 사람이 관찰한 사건들은 사교적인 사람의 그것들보다 더 모호한 듯하면서도 동시에 더 집요한 데가 있다. 그런 사람의 생각들은 더 무겁고 더 묘하면서 항상 일말의 슬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번의 눈길이나 웃음, 의견 교환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광경이나 지각들도 지나치게 그를 신경 쓰게 하고, 그의 침묵 속에 깊이 파고들어가서는 중요한 체험과 모험과 감정들이 된다. 고독은 본질적인 것, 과감하고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고독은 또한 거꾸로 된것, 불균형적인것, 그리고 부조리하고 금지된 것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 도중에 보았던 현상들, 그러니까 애인에 관해 헛소리를 해대던 볼썽 사나운 멋쟁이 늙은이와, 뱃삯을 속이려 한 무허가 곤돌라 사공 등이 아직까지도 이 여행객의 기분을 뒤흔들어 놓고 있는것이다. 이성적 사고에 어떤 어려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깊이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 이상야릇한 것 같았다."


"눈으로만 서로를 알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관계보다 더 미묘하고 더 까다로운 것은 없다. 날마다, 아니 매시간마다 서로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쳐다보기도 하지만 인습이나 자신의 기우때문에 인사나 말을 건네지 않고 짐짓 냉담한 낯설음을 가장한 채 뻣뻣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 사이엔 불안감과 극도로 자극된 호기심이 있다. 그들 사이엔 인식과 교환에 대한 욕구가 불만족스럽고 부자연스럽게 억압되어 생겨나는 히스테리, 즉 일종의 긴장된 존중의 감정이 있다. 왜 그런가 하면 인간은 다른 인간을 평가할 수 없을 때에만 그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까닭이며, 동경이란 것은 불충분한 인식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베니스에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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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의 작용이 이상하게 척수신경을 뒤흔들고 스며들어 존재도 하지 않는 여러가지 경험과 예감이 심중에 일어나게 되는 것은 제게만 있는 일일까요?" 「환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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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흔히 이런 말을 즐겨했다. 만일 표현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만족감이 우리를 일깨워서 생기를 돋워주지 못한다면, 영혼의 인식만 가지고는 틀림없이 우울해질 뿐이라고..."


"언어는 감정을 해방시켜주기보다는 냉각시키는 것, 얼음 위에 올려놓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요?" 「토니오 크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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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로는.. 인식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각, 그래서 가질 수 있는 고민들 / 흔히말하는 <예술적인 것>과 <통속적인 것>의 대립 / 감정, 생각과 언어 - 내용과 형식 뭐 이런 것들이 읽혔다. 사실 우선은 이런 생각 같은거 없이 공감하느라 가슴 떨려가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문장은 힘이 들어가 있다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읽기 편하고 담백했다. 사실적인 묘사.


마지막 단편 마리오와 마술사는 정서적으로 공감할만한 내용이라기 보단 딱 보면 정치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데도 거부감이 안 든다. 다만 앞에서는 <그리스의 정신에 기반을 둔 주지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해놓고 이런 작품이 떡하니 뒤에 나오는게 아이러니 했다. 파시즘.... 기억이 안난다 아. 사회정치적인 메세지가 많이 담겨있어서 작품 해설을 읽으면 문제집 해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물/사건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답으로 딱딱 떨어지는데서 오는 정리된 느낌, 편안함 때문에 좋았다. 


환멸은 순간적인 감정을 生의 보편적인 문제로 삼은 것이 극적이다. 유독 짧아서 긴장감도 있다. 게다가 난 환멸이란 단어의 발음, 한자/한글로 쓰여진 단어의 생김새부터 그 감정 자체까지 음울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했었던 기억.




갑갑하고 절절한 심리묘사에 어지러운 관계, 읽는 게 힘이 드는 프랑스 소설에 비하면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독일 소설이 더 지적인 것 같다. 그 와중에 공감 폭발. 불어보다는 독일어를 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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