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일기

2013. 6. 22. 02:12


들려오는 노래의 제목을 생각해내느라 대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있고싶지 않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집에 돌아와 침대에 풀썩 쓰러지는 기분이 이만큼 행복했던 적이 없다. 외로운 학기가 될 것 같다.




발등의 감각이 간질간질 이상한 것을 보니 조금 취한 것 같다... 옷을 벗어놓고 괜히 냉장고부터 열어봤다. 마땅히 집을만한 것은 없고 시린 바람만 끌려나왔다. 아쉬운대로 오이라도 씹으면서 멍하니 앉아 자근자근, 이와 턱 사이의 감각이 빽빽히 느껴질 정도로 열심히 씹어봤지만 허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회는 내가 순응하는 만큼의 성공을 주는 것은 분명했다. 주위에 맞추어 성미를 둥글게 깎아내는 동안 사는것은 분명 쉬워졌다. 그치만 나는 그래서, 대체 얼마나 무난한 사람이 된 걸까? (또 앞으로 여기서 얼마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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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Pascal: Le malheure naturel de notre condition faible et mortelle est si misérable que rien ne peut nous en consoler.


무엇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다는 문장에 위로를 받았다. 오늘 학회의 유일한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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