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re never done with killing time

일기

2013. 12. 7. 01:03

사회 부적응자처럼 방을 어질러놨다. 바닥, 책상 위, 책꽂이 어디 한 곳 남김없이 빈 공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저분하게. 




나는 아직도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숨쉬고 말하던 사람이 뼈조각이 되어 나오는데 사람들은 그 과정을 굉장히 추상적으로 이야기한다. 흙에서 나 흙으로 돌아간다, 좋은 곳으로 간다, 먼저 간다... 얼마 전까지 바로 여기에 있던 사람이 도대체 어디로 갔다는 걸까?




즉각 공휴일이 된 기분이었다.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기도 했다. 시간은 빨리 지나기도 하면서 도무지 움직이질 않기도 했다. 사람들은 사실 모두 이 길고 막막한 시간을 어떻게든 써버리기 위해 일을 하고 집(home)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끊임없이 할 일을 만들어 복잡하고 바쁘게 사는 것은ㅡ 모두 죽음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샤워를 하기 전에 옷을 벗고 거울을 한참 봤다. 시간을 붙들고 싶은 마음에 온 몸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도대체 시간 앞에서 느끼는 이 무력함과 좌절감은 어떻게 해야할까? 힘겹게, 가까스로 외면하는데 성공한 것 같던 문제가 불쑥 이렇게 불거질때는. 가까운 이의 죽음부터 자기 자신의 죽음까지... 이렇게 거대한 문제를 이 세상 모두가 겪고 산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마저 못생김  (2) 2014.01.06
최근 5일의 기록  (0) 2013.12.11
부끄러운줄 모르고  (0) 2013.11.27
디테일  (0) 2013.11.25
짧은 소감  (0) 2013.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