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의 아침

일기

2012. 10. 25. 13:29



오랜만에 아침 일찍 눈을 떴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연극을 하는 것 같은 발성, 구어체에 맞지 않는 어색한 단어들, 외국어 욕지거리. 발화의 목적은 오직 자극. 단어들이 떠올랐지만 능동적으로 이 상황을 살피고 정리하고 싶지가 않았다. 수면제를 한 알 삼키고 다시 누웠다. 흐리멍텅한 의식으로 블라인드의 결,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빛줄기, 떠다니는 공중의 먼지를 보고있다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다시 잠들었다.


수면제는... 스르륵 잠이 든다는 느낌이라기보단, 팔 다리 몸 뇌가 차례로 마취되어 정신을 잃는다는 느낌에 훨씬 가깝다. 몸에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뇌의 스위치를 끄듯 의식이 사라지는 과정이 느껴진다. 섬짓하다. 죽을 때의 느낌이 이와 비슷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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