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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2014. 2. 2. 22:41




"어째 한결같이, 나의 기록들은 몇년째 힘없는 어투로 '나는 모르겠다. 나는 불안하다.'를 반복하고 있다. 이리저리 휩쓸리는 마음을 왜 이렇게 묘사하려 애썼을까? 중요한 건 조금 더 멀리서, 침착하게 그 밑바닥을 보는 것이었는데. 나는 단언하는 것이 무서웠고, 내가 그 단언으로 어떤 확실한 사람이 되는 것도 무서웠던 것 같다. 말과 생각에 대한 책임을 느낀 것은 아니고, 그냥 평가 받기가 두려웠다. 어쨌든 평가를 미루는 만큼은 '형편 없음' 딱지를 피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또 사람들이 좋아했다. 별 색채가 없이 대충 자기 말을 잘 흡수해주는 듯한 사람을. 나는 평가 받기 싫은 만큼 남들에 대해서도 판단은 거의 하지 않았다. 부분 부분, 디테일에 유독 집착한 이유도 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착각이었을지 몰라도 나는 환영받는 것 같은, 긍정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판단>이 필요한 생각 말고, <상상>, <느낌>에 필요한 생각에 골몰한 것도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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