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후기

2012. 10. 6. 20:01





1886년 유럽 정신의학계의 관점: "히스테리는 여성의 자궁에 생긴 생리적 병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2012년, 취업 준비중인 내가 느끼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녀평등은 여전히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이 아닐까?  정신적인 유약함, 단체 생활에 대한 이해 부족, 의존성 등을 여성의 기질 특성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나는 매일 마주친다. 표준 근처에 밀집해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 




상반기, 한화에 면접을 보러 들어간 나는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 性의 표지를 보지 못했다. 들어갈 때의 내가 만난 사람들은 길을 안내해주는 인사팀 직원, 같이 대기하는 지원자들, 아침이라 아직 지쳐보이지 않는 면접관들, 오늘이 신입사원 면접이 있는 날인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직원들이었다. 


하지만 해외로 발령이 났는데 배우자가 반대를 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결혼 후 가사와 육아, 그리고 일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은 지원자는 나 뿐이었다. 면접실을 나오는 길, 사람들이 지원자1(남), 지원자2(남), 아직 대기중인 지원자3(남), 면접을 진행하는 인사팀 직원(남), 사내 카페테리아에 커피를 사러 나온 직원1(남), 화장실에 가는 면접관1(남)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간혹 보이는 여성지도자, 그리고 알파걸이라고 불리는 여성인력들을 내세우며 더이상의 affirmative action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멍청이들이 인터넷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대기업의 문턱에도 한가득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사회 각 분야의 중심에 있는 남성의 비율은 여전히 공고하다. 고작 1~2% 하락에 따른 기득권의 위기감. 대학생활 중 한번도 내 안에서 크게 페미니즘의 성향을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여자라는 자각이 잦아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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