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환교통 지원사업 관련..."

일기

2012. 12. 11. 11:19

<아 잠깐 전화좀요, 하고선 욕을 쏟아내는 H모기업 부장아저씨와 멍하니 메모를 들고 기다리는 차장아저씨>




1. 공문의 힘은 대단하다. "네 뭐요? 연말이라 바쁜데 아 이거 꼭 해야돼요?" 하던 사람들도 국토해양부 딱 찍힌 공문을 들이밀면 "아 네... 해야되네 이거 허허."



2. K once said: "하급자는 한발 빼고 책임을 회피할 줄 알아야 돼.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량껏 하다가는 빅엿이 되는 수가 있어."

그리고 아저씨들도 내가 공무원이나 연구원인줄 알 때 보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인줄 알 때 더 친절하다. "코일이 @;₩:@/+{ 설문지는 편도 기준인데 실무에선 라운드 ¥[£\+]>_&가 [%_¥~]적용이 !3=[]|~ 수정해야되는거 아니요?" 하던 아저씨들도 그냥 전 그렇게 자세히는 모르고 교수님 지시로 다니는거라고 하면 "아 그 골치아픈 놈들 보조금 때문에... 그래요 학생이 무슨 죄가 있겠어. 하는데까지 해볼게요" 혹은 "아이고 이 추운데 안됐네. 이거 다 일일히 다녀요? 뭐 마실 것 좀 줄까?"



3. 심통맞은 사람들도 웃는 낯에 침을 못 뱉는다. (이제 겨우 절반만 배포했지만) 사람들은 막상 설문지를 가지고 나타나면 바로 반색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그러진다. 내가 젊은 여자여서이거나, 잘 웃기 때문이거나, 착한 인상을 준다는 느릿한 말투 때문이거나...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여자 조사원을 뽑았다는 교수님의 말은 성차별적 발언이 아니라 (가치판단을 뺀) 경험적 사실이고, 공적인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이 사무에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4. 설문지 한 부에 삼만원... 하지만 시급이 비싼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회사원들이 허구헌날 갑을타령하는 이유를 체감중. 나는 로비에, 라운지에, 카페에 앉아 곧 나타날 사람의 상관(혹은 임원)이 우연히 지나가는데 친한 친척 아저씨여서 나한테 잘하라고 한마디 하는... 혹은 내가 어리지만 왕유능해서 벌써 국토해양부 정책결정자인 그런 공상을 한다. 뭉게뭉게.



5. 대기업이고 중견기업이고 근무 환경이 다 옹기종기 닭장같은게 참 갑갑해보였다.



6. 직급이 높을 수록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오늘 만난 부장 아저씨는 열칸을 2010, 2011 2년간의 주요 실적 다섯개씩만 적어달라니까 일어설때 영 딴소리. "10개년도 실적을 무슨 수로 찾아 적어?" 팀장 부장 상무 이런 아저씨들은 그냥 대리나 주임쯤 되는 팀원 내려보내주면 좋겠다....



7. 아저씨들의 욕섞인 통화를 본의 아니게 듣다 보면 물류회사 (아저씨들)간의 알력관계가 파악이 된다. HS 아저씨는 KL 아무개 개객기, D 아무개 개객기래고 ("내가 이 자리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그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놈들") D 아저씨는 HG 아무개 듣보잡이랜다.

아 예...



8. 돈 받으면 필름 카메라 사야지 룰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홀로집에  (0) 2012.12.29
대화를 하다가  (3) 2012.12.14
L  (0) 2012.11.28
장면전환의 나쁜예  (0) 2012.11.19
글쎄요  (0) 201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