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버거움

일기

2013. 9. 7. 01:22

개강하고 고작 한 주를 지냈지만 소화할 수 없을 만큼 피로하다. 대학원 수업은 첫날부터 발표준비를 해가야했고, 조교를 맡은 수업의 교수는 드높은 악명에 걸맞게 종부리듯 하대하는 태도로 심술을 쏟아냈고, 지도교수님마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부탁을 하셔서 불편한 일이 있었다. 부모님 이야기로 원치않는 주목과 사소한 몇가지 오해들을 받기도 했다. 침침한 연구실에는 먼지가 굴러다니고, 교내 카페의 천원짜리 아메리카노는 천원도 아까울만큼 맛이 없고, 가장 가까운 구내식당의 주메뉴는 파스타, 그라탕, 리조또... 온통 살찌는 것들 뿐이다. 


내 능력과 상식선에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은 죄다 거절했고, 그 과정에서 생긴 불편함을 소화하기가 힘들어 매번 한나절씩을 허비했다. 여유가 부족한 만큼 남들의 눈치를 볼 새 없이 내 뜻대로 네, 아니오는 확실히 했지만 안그래도 눈치가 없는 편이라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를일이다. 




과호흡과 사회화라는 단어가 몇주째 머리를 떠돌아다니지만 제대로 돌볼 틈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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