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장하는 해

일기

2013. 1.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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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향 햇빛, 비스듬한 햇빛이 참 좋다. 벽 전체를 노르스름하게 덮었다가, 맨 살에 짠하고 와닿았다가, 창문 근처에서 눈에 보이는 선을 그리다가, 결국 빌딩 숲 뒤로 사라지는 햇빛이. 홀로 빈 집에 앉아 지는 해의 빛줄기를 보고 있으면 매번 막연히 애잔한 느낌에 취하고 만다. 


<날이 저물어버리기 전까지>라는 말들이 떠오르지만 그 뒤로는 아무것도 덧붙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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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은 술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서향 햇빛이 그렇고, 어둠, 흔들림, 소리, 냄새가 그렇다.

그리고 숙취가 가신 나는, 나에게 당신은 취중에 한 실수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을 또렷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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